본문 바로가기

관전평가/필름

[바람피기 좋은날] 바람불어 좋은날?

오늘은 유튜브에 11 파트로 나누어 올려놓은 '바람피기 좋은날'을 봤다. 김혜수 출연의 타짜--매우 실망스러웠음--를 본지 얼마되지 않는지라, 다소 머뭇댔지만. 김헤수/이민기 윤진서/이종혁은 바람으로 묶긴 인연. 이슬/대학생, 작은새 /두마리여우란 닉네임으로!  이슬/대학생 커플 이야긴, 너무 빤하고 그저 김혜수의 스타 퍼소나에 의존한듯... 헌데 작은새/두마리여우의 이야긴 남녀의 만남이 서로의 환상--아님 여성의 남성에 대한 환상--에 의해 구축되고, 여자를 잠자리로 이끌기 위한 남성들의 '피'나는 노력을 재치있게 포착했다.

작은새님은 잠자리 보단, 소근소근한 귓속말에 더 끌리고, 피임도구도 중국제는 사용하지 않는 귀엽, 엉뚱녀... 그러나, 작은새님과 두마리여우의 관계가 전도 되면서, 두마리여우님은 관심을 잃게 되고...결국 결별 선언과 다른 여인과의 만남으로 작은새님과의 관계를 마무리 짓는다. 이슬님/대학생/작은새는 이슬님의 남편이 지시한 미행을 따돌리고, 폭발 직전의 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하고, 이슬님 작은새님 모두 부상을 입는다.  작은새님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한번 두마리여우님을 만난다.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마지막 한번의 잠자지를 원하는 두마리여우님은 성에 집착하는 인간을 우스꽝스런 존재가 아닌, 애처로운 존재로 만든다. 채념한듯 자신의 몸을 허락하는 작은새님의 눈에서는 연민의 눈물이 흐르고....그제서야 작은새님의 감정이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두여우. 자신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사랑의 의미도 모르는체...

영화의 엔딩이 다소 불만스럽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두여인. 기존의 결혼 제도안에서 바람이란 '피는'것이 아니라, '부는' 것--그저 스쳐지나 가는 바람에 잠시 '동'했을뿐,  그들은 숨막히는 일상에서 결국 탈출하지 못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의 존재감을 예술감상으로, 워먼 파워/동지애로 채울 수 있는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