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밤' (1985)을 오늘밤 처음 보았다. 소위 80년대 클래식으로 불리는 한국영화.
당시 The Economist지는 이 영화를 'looks like a Hollywood film'라고 규정지었다.
최근 한국 블록 버스터나, 소위 '할리우드' 같다고 하는 영화를 보아도,
스토리 텔링이나 스타일에서 전혀 할리우드 같지 않다. 깊고 푸른 밤도 예외가 아니다.
영 화 초반부는 제인 (장미희 분)의 부서진 어메리칸 드림에 관한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미스터 백 (안성기 분)의 어메리칸 드림이 조각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인은 미국에 오면 매일밤 파티에 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흑인 군인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오고, 아이를 낳고, 이혼하고...미스터 백과의 결혼은 그녀의 여섯번째 위장 결혼이다. 미스터 백은 한국에 있는 임신한 아내를 초청하기 위해 제인과 위장 결혼을 한다.
영화 전반부가 maternal melodrama의 분위기를 띤다면--제인의 첫번째 남편에게서 얻은 로라와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보라...그리고 그 순간이 제인과 미스터 백을 연결해 주는 감정의 고리가 된다--후반부는 스릴러 형태를 띤다. 제인은 미스터 백을 붙잡기 위해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명대사:
'당신은 나의 마지막 남편이 될 거예요...당신은 나의 마지막 사랑이 될 거예요"로서 영화의 종말을 예견하고 미스터 백의 제인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수차례에 걸쳐 실패한다--첨엔 약물, 담엔 혐박, 그리고 이혼 여행까지ㄷㄷㄷ
한 국 영화엔 쟝르 개념이 희박하다. 쟝르의 관습이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도 않고. 그것이 반드시 영화를 폄하하는 속성이진 않다. 그져, '할리우드' 같지 않다는 것이지...영화 평가의 잣대가 '할리우드'일 필요도 없고. 비교를 하려면 제대로 합시다!!
영 화 오프닝을 보라. 후시 녹음 상태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얼굴을 붉히게 할 정도다 (후시는 장군의 아들에서도 마찬가지...) 여인네가 교성을 내는데, 남자배우 소리는 전무하다ㅋㅋ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수 있는 기본적인 에디팅 룰도 지키지 않고... 스콜세지적인 슬로우 모션을 가끔 삽입했을뿐.
허나, 영화를 이끄는 힘은, 역쉬 장미희. 여자가 봐도 섹시하다. 영화 전반을 통해, 변하지 않는 자태, 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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