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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가/필름

[데이지] 미완성 캅무비



요 즘들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횟수가 현저히 줄고 있다.  좋은 현상이 아닌데..데이지는 한국에서 흥행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곧바로 찾아 보지 않았다.  홍콩에 갔을때 친구가 멀티 플렉스 공짜표를 주면서 데이지를 보러가라고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에야 데이지를 보았다.

무간도를 감독한 유위강과 한국배우들이 어떠한 앙상블을 이루어 낼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유위강은 역시 액션 감독인가?  다른 여타 한국 쟝르 영화와 마찬가지로 데이지는 로맨스 플롯이 강조된 영화이다.  뭐, 사랑/비극적 종말이 (이제 좀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보이스 오버로 대체해 버리고, 영화 초반부 세 메인 케릭터들의 보이스 오버는 영화의 깔끔한 맛을 떨어뜨린다.  이 영화는 결국 정우성 케릭터의 이야기이고, 그의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좀더 세련되지 않았을까?  혜영과 정우의 보이스 오버는 사족처럼 느껴졌다.  또 한 무간도에서 볼 수 있었던, 케릭터들간의 물고 물리는, 그속에 엇갈리는 케릭터들의 욕망, 미묘한 갈등이 제대로 묘사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무간도 2에서 보았던 Edison Chen이 Carina Lau에게 품었던 연정/욕망/배반과 같은...)  

영 화 전반을 통해 정우성의 케릭터에 딱 떨어지는 연기에 반해 이성재는 '빙우'에서 보여주었던 섬세한 심리묘사가 아쉽다.  그의 사랑/죄책감/죽음이 관객의 (적어도 나에게는)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  혜영이 총격사건으로 목소리를 잃게 만든 것은 감독의 센스?  전지현의 무-목소리의 연기가 극의 무게를 더 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ㅋㅋ.  (영화 초반 공원씬에선 동시녹음이 아닌 후시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 더빙이 부자연스러웠다.)

영 화가 1/3정도 진행되자 유위강 감독은 큰 액션씬으로 영화의 흐름을 바뀌는 듯하더니 다시금 휴지기에 들어간다.  영화 피날레까지 삽입된 액션 장면들은 spectacular하지 못하다.  정우의 죽음이 David Chang의 하수인에 의해 행해졌다는 반전도 그다지 큰 극적 효과가 없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혜영은 이미 정우성 케릭터를 용서한 상태이므로.  마지막 총격신은  조그만 석고상이 스파이럴 계단의 중심으로 직하강 하면서 시작되는데, 에롤 모리스의 The Fog of War 에서 McNamara가 포드사에서  해골을 떨어뜨려가며 실험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정우성의 복수극은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하지만, 그저 모든 케릭터가 죽어야 영화가 끝이 나리라는 그런 절차상의 느낌만이 들뿐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