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느와르' 입에 발린 소리들.
80억 규모의, 권상우 유지태 투톱을 내세운, 크다면 큰 영화.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선 저조했다. 흥행실패는 당시 극장가를휩쓸었던 왕의 남자때문만은 아니듯 싶다. 홍콩영화나 Michael Mann의 작품을 떠올리는 질감. 허무적 종결. 그러나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고통이 느껴지질 않았다. 그들의 좌절에 공감할 수 없었다. 배우들이 소리는 지르는데, 좌절을 하는것은 같은데 그것이 왜 '포장'되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걸까? 난 그 이유를 이 영화의 이야기 방식에서 찾고싶다.
영화는 동생을 잃은, 아니 일말의 행복의 가능성을 잃은, 장호영 형사(권상우)와 점점 정의의 힘을의심하는 오진우 검사(유지태), 그리고 가족 (그 이중의 의미 모두)을 보호/유지하기 위해선 악을 서슴치 않는 유강진, 이 셋을축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장형사와 오검사의 분노와 좌절은 그들의 욕구-그것이 행복추구든, 정의사회 구현이든간에-를 기존의 사회의 틀을 통해서는 충족시킬 수 없다는 데에 기인한다. 유강진은 기성사회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힘'이다. 장형사와 오검사의 분노를 관객이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관객과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고,' 어떻게 그들의 수사과 처참히무산되는지는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들이 사건을 파악하는 과정이 너무 쉽다. 유강진의 측근을 하나씩 검거할 때마다, 그들이 너무'쉽게' 사건의 전모를 '설명'해준다. 물론 유강진의 측근들을 검거했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강진은 그들의입을 이런 저런 방식-협박, 교살 등등-으로 막는다. 그러나 사건수사의 진행을 막는 이같은 일들이 이전 사건들과 긴밀히연계되어 있다기 보다는, 그저 관객에게 툭툭 던져진다는 느낌이 든다. 쉽게 얻은 것을 쉽게 잃는 느낌.
오검사나 장형사가고래고래 소리는 지르는데, 가슴이 아리지 않는다. 영화 전반부에서 보여주는 flashy한 스타일도 관객을 영화에몰입시키기 보다는, 그 자체로서 관객의 눈을 사로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오검사와 유강진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에서,카메라는 두 인물을 수평으로 잡고, 거리를 취한다. 두 인물이 대화를 이어갈 때, 카메라가 각각의 인물을 원샷으로 잡기 이전에식탁의 반대편에서 이 둘을 다시 투샷으로 잡는데, 이 둘의 공간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는 것 말고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혹은 유강진의 집에서 유강진의 딸이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딸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뒤, 등을 돌리자 카메라가 딸을 돌아원테이크로 유강진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카메라의 움직임이 그다지 세련되지도 못할 뿐더러, 그 의도가 충분이살고 있지 못하다 (즉, 겉으로 내보이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뒤에서 아버지는 살인을 명령하는, 그러한 아이러니.)
영화 초반에많이 보여준 push-in이나, split screen과 cell (헐크에서 많이 쓰임)도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물론,스타일이 스타일 그 자체만을 위해서 존재할 수 있다. 그러기엔 이 영화는 스타일상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영화 후반에서장형사의 어머니의 임종순간에서 장형사로 넘어가는 graphic match와 같이 영화의 스타일이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의 대비를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인 장면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소위 '갱스터'영화는 넘어서는 허무주의적 느와르와 불리는 '야수'. 허술한 이야기 방식, 과장된 감정 표현, flashy한 스타일: 이건 쟝르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쟝르의 속성조차 제대로 섭렵하지 못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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