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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가/필름

[부자] after this our exile


부산영화제에 갔을때 보고 싶었는데, 어제 도착한 디비디로 이제서야...

패 트릭 탬은 왕가위의 아비정전, 동방서독에서도 같이 작업을 했었고, 근래에는 쟈니 토의 election의 편집에 도움을 주기도. 그는 서극과 함께 70년대 말 홍콩 뉴웨이브를 일으킨 장본인이고, 홍콩의 '고다르'로 비유되던 사람이다. 왕가위와의 동방서독 작업후 한참의 휴지기 이후 새로이 내놓은 작품. 그의 80년대 초반 작품--노메드, 러브 메사커--등의 볼드한 컬러와 내러티브로는 날 사로 잡았었다.

처음의 투 크레딧 샷 이후, 영화는 소년의 꿈으로 부터 시작한다.
위 포스터에서 풍기는 pastoral한 모습으로 부터, 소년과 아버지가 자전거에서 떨어지면서,
꿈 에서 깨어나는 소년을 우리는 발견한다. 본래 패트릭 탬의 편집은 리듬감이 좋다. 왕가위의 열혈남아에 나오는 싸움 장면은, 내가 본 싸움 장면중 가장 잘 편집된 장면중의 하나 (패트릭 탬이 찍었다는 설이 분분). 소년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부터현실로 냉동댕이 쳐지는 편집도, 그 속도감이나 리듬이 좋다.

영 화전반을 통해 실내와 실외는 조명이나 색감으로 차별감을 주는데, 스쿼쉬색채의 인테리어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실내는 주인공들의 악몽같은 삶이 펼쳐지는 장에 다름아니다. 아들과 남편을 버리고 달아나려는 아내는 아이러닉하게도 이 '따뜻한' 공간으로 다시 잡혀 들어오고, 영화 전반 곽부성과 찰리영(양채니)의 베드씬은 너무 센슈얼해서 아내를 구타하고, 의부증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두 배우 모두 극중 너무 아름답고^^).

곽부성의 편집적증인 남편의 모습은 무책임한 아버지의 모습을 짓누르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영화의 핵심인지도...그러나, 그의 아버지로서의 연기는 좀 어색했다. 가난과 아버지의 부상은 아들을 소매치기로 변모 시키고... 곽부성에게 너무 빠져들었던 탓일까? 이 영화가 소년의 이야기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영화는 소년의 시점샷으로 끝을 맺는데, 소년이 동경해 오던 중상층의 삶--영화속 클래식 음악으로 대변되는 그 삶--을 아버지가 누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조금, 아쉬운 영화...중간 중간 숨을 막히게 하는 샷도 있지만, 가끔씩 어색한 음악 (특히, '욕정'을 시그널하는음악)이 영화의 틀을 흔들어 버린다 (좋은 방향이 아니라, 나쁜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