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전평가/필름

[closer] or far away


Julia Roberts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내 친구들의 아성에도 불구하고 난 Jude Law에 대한 큰 열정도 없었기 때문에, 별 기대없이 보러간 영화.  하지만, 의외로 그 구성이나 서사구조상, 그해 (2004) 아니 최근 몇년간 가장 뛰어난 작품들 중에 하나이다. 

영화는 네사람-Dan, Alice, Anna, and Larry-의 사각구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그들의 사랑이 전개되는지가 아니라,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들만을 목격한다.  전통적인 이야기 구도를 저버린채 이들 넷 사이의 사랑과 거짓, 그리고 그에 따른 불공평한 댓가.  과일
속은 먹지 않고 껍대기만 먹는 느낌?  하지만 신선했다.  4 사람이 둘씩 짝지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떻게 계산하는 거지?  순열은 아닌 것같은데, 조합인가? 그럼 3+2+1=6.  거기다 만나고 헤어지고 하니깐, 2을 곱하면?  (난 이런 수학적인 영화 좋아한다 *^^*). 

여하튼, 영화는 Dan과 Alice가 우연히 런던의 한 거리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두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일구어 나갈 것일까 궁금해 하는 순간, 포토슛 도중 Dan과 사진작가인 Anna가 서로에게 끌리고 있음을 목격한다.  Dan과 Larry는 사이버 상으로 '교감'하고, Anna의 사진 전시회에서 이 넷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함께 한다.  이들 네명 관계의 뒤얽힘뒤에, 결국 함께 남는 사람은 Anna와 Larry 뿐인데...

이 서사구조는 흥미롭게도, 관객으로 부터 주인공들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Larry는 Anna가 떠난후 실의에 빠져 한 클럽을 찾는데,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Alice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Alice의 Larry에 대한 당시의 반응에 비추어 볼 때, 영화의 후분부에서 Alice가 Dan에게 한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고, Dan 자신도 (관객과 함께) 자신과 Alice와의 사랑(?)이 처음부터 거짓에 근거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사랑의 과정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나 종말의 계기가 되는 순간만을 포착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랑 결국 함께 남느냐의 문제일까? 
우스개 소리로 이왕 헤어질 거면, 좋은 추억을 남기며 '쿨'하게 헤어지는 것이 낫다고들 한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떠나보내는 것이 사랑하는 순간보다 중요한 것일까?  그 사람과 진정 함께 하고 싶다면, 얄팍한 사랑의 기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누군가의 추억속에 남는 것보다는 그 사람과 어떤 형태로든 함께하는 것이 나은 것일까?  (삼순이 말대로, '추억은 힘이 없거든요.')  반면, 영화속 커플로 남는 Anna와 Larry 관계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던데...흥미로운 현대판 anti-romance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