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가/필름 [이니셜 D] 산등성이의 수줍은 승부 사메 2006. 3. 12. 11:47 Shiuichi Shigeno의 동명 원작만화를 영화한 작품. 작년 상해에 갔을 때, 극장에서 상영중이었는데...며칠 전에야 드디어 DVD로 구입하여 보았다. 그다지 스팩태귤러한 작품은 아니었어도, 영화를 보는 도중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카레이싱을 다룬 영화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묻어나는 '나른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영화 초반부 hypnotic한 음악이 내게 걸은 최면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십대의 수줍음 때문일까? 영화의 도입부: 구불구불 늘어진 산등성이를 따라 카메라가 미끄려져 내려가고, 그 속을 달려가는 한 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AE 86'. 나중에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디테일들: 종이컵 안의 조그만 수용돌이, 차의 트렁크에 가지런히 놓인 두부. Takumi는 두부를 만드는 아버지를 도와 배달을 도우고, 과거에 카레이서였던 아버지는 Takumi 자신도 모르게 그의 기술이 카레이서 경지에 오르도록 돕는다. 어느날 밤, 우연히 Takeshi의 차를 추월함으로써, God of Mt. Akina라는 명칭을 얻으며, 본의아니게 도전 요청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선 카레이싱이 어떤 마쵸적인 것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마쵸로 보이기엔 너무 보이쉬한 남자주인공들. Takumi는 스피디한 운전 도중에도 손을 턱에 괴고, 무슨 사색에 잠긴 듯이-혹은 귀찮은 듯이-운전을 한다. Takumi와 Takeshi 레이스 도중, 카메라는 그들의 발동작을 간간히 삽입해 보여주는데, 스니커즈를 신은 이들의 발동작은 재봉틀 발판, 아니 피아노 페달을 밟듯이 살포시 엑셀을 그냥 누르기만 한다. 영화가 후반으로 치달을 수록, 그리고 승부에 집착할 수록, 그들의 발동작은 무거워진다. 부츠를 신은 프로 레이서 Kyouichi의 발움직임은 아마츄어들과는 달리 엑셀을 짓누르는 것만 같다. 미숙한 카레이서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최고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 모습을 그리는 카레이서 영화와는 달리 (예를들면 폭풍의 질주), Takumi의 기술은 이미 '신'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다만 그에게는 최고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없을 뿐이다. Takumi의 축처진 입선이 그의 부재하는 욕망을 대변하고, 그런 그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것은 카레이싱보다는 그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동학년 여학생 Natsuki이다. 이 영화는 커리어 곡선과 애정곡선이 맞물리는 할리우드 영화는 달리, 그 두개의 곡선이 엇갈린다. Takumi는 Kyouichi와 Ryousuke를 마지막 레이스에서 물리치고, 여친인 Natsuki에게 달려간다. 삼촌뻘이나 될듯한 남자의 차에서 내리는 Natsuki를 목격하고, Takumi는 눈물을 훔치며 달아난다. 이 둘 모두는 슬픔속에 그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하지만-Natsuki는 흑백으로, Takumi는 컬러로-영화는 그들의 관계를 매듭지지 않고 끝이 난다. sequel을 염두에 둔 탓일까? 포스터 진관희 주걸륜 행복한 한때 불붙은 승부욕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3m '관전평가 > 필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생결단] 장르적 개연성, 미적 완결성 (0) 2006.05.25 [국경의 남쪽] 사랑의 곡사포 (0) 2006.05.16 [perhaps love] 사랑의 자리매김 (0) 2006.03.09 [closer] or far away (0) 2006.02.16 [Brokeback Mountain] 게이 카우보이 영화 아니다 (0) 2006.02.01 '관전평가/필름' Related Articles [사생결단] 장르적 개연성, 미적 완결성 [국경의 남쪽] 사랑의 곡사포 [perhaps love] 사랑의 자리매김 [closer] or far a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