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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가/필름

[사생결단] 장르적 개연성, 미적 완결성


깡패/액션 영화 이제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나?  글쎄... 영화 사생결단은 평단의 좋은 리뷰를 등에 업고, 류승범/황정민의 스타덤에 힘입어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다.  지금 (내가 알기론) 이미 200만을 넘었다.  이 영화가  쟝르 영화로서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영화 평론가 김영진 (FILM 2.0)은 이 영화의 가치를 장인 정신에서 찾는다.  다른 깡패영화와는 달리, 관객에게 익숙한 쟝르적 코드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철저한 리서치에 의거해 '현실'을 쟝르적으로 재구성 한데에서 그 가치를 찾고 있다.  깡패/액션 영화, 특히 폭력과 잔인함을 극단적 형태로 묘사하는 영화는 현실과의 연관성을 강조함으로써 비난에서 벗어날 구멍을 찾는다.  하지만, 영화는 쟝르적 개연성으로, 아니 미적 완결성으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 초반부 크레딧은 이 영화의 허구성을 강조하면서도, 이 영화의 주배경이 되고 있는 마약 밀매망 소탕을 IMF와 연결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set-up이 사족처럼 느껴졌다.  IMF와 한국 경제의 언급이 얼마만큼 관객으로 하여금 이 영화의 개연성을 수긍하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그다지 클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이 영화내 쟝르적 개연성은 어떠한가?  형사 도경장(황정민)와 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상도(류승범)는 뒤를 봐주기로 약속하고, 마약밀매망의 큰손 장철과 그에게 마약을 제공하는 일명 '교수'의 거래 장소를 덥치려는 계획을 한다.  둘은 장철의 뒤를 밟기 시작하는데, '교수'와 상도의 혈연관계가 밝혀지면서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후반부 반전을 기다린다. 

이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들과 그들 사이에 뒤얽힌 이해관계를 잘 그리고 있다.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연들-특히 김히라가 연기하는 '삼촌'은 일품이다-도 영화의 맛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종반에 도강민이 즉흥적으로 강행하는 장철민의 '처형'은 영화 개연성을 떨어지게 한다.  도경장이라는 캐릭터에 비춰볼때, 그리고 그와 상도와의 관계를 비쳐볼때, 그의 행동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끼워맞춘 느낌이 다분하다.  영화 전반을 통해 쟝르적 권선징악을 져버린 캐릭터가 영화 막바지에 불현듯 의협심에 불타 자신의 끄나플의 죽음에 복수한다는 사실이 영화의 일관성에 일타를 가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미적 완성도는?  영화 전반을 통해 관객은 시각적으로 즐겁다.  주간씬들과 대비되는 부산의 현란한 밤.  slick한 의상.  그러나 이 영화의 가치는, 이 영화가 거의 편집증적으로 삽입하고 있는 gag이 주인공들의 대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Tati의 Play Time을 연상시키는 로터리 장면 (장철의 차량과 도경장/상도의 차량이 뱅글뱅글 로터리를 도는 장면-도경장이 여러번 언급하는 회전목마에 대한 은유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다).  혹은, 영화 싸운드를 통해 gag를 유발하는 신선함도 찾아 볼 수 있다; 미행하던 장철의 차가 도경장과 상도를 태운 차 바로 옆에 정차하자, 카메라는 이 둘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차량안에서 보여주다가 다른 각도에서 두 차량을 싸운드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미 관객이 그 전 숏트에서 목격한 도경장과 상도의 어린아이 같은 싸움이 시각적으로는 연장되지만 싸운드 상으로는 차단된다.  그들이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동안, 장철의 차량은 신호를 받고 홀연히 그 자리를 뜬다 ㅋㅋ.  혹은 마지막 추격신에서 split screen을 사용해 두  주인공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영화 전반부에서 split screen은 아무 효과없이 난무한적도 있다).  좀 아쉽다면 영화가 스타일 상으로 영화내 주인공들 만큼이나 산만하다.  달콤한 인생에서 맛볼 수 있었던 간결함이나 세련됨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산만함이 이 영화의 특징이런지도 모르겠다. 

사족: 류승범의 연기는 좋아했지만, 한번도 남자로써 매력있다고 느낀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류승범도 '남자'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황정민 너무 많은 스크린에서 보니깐, 조금 질리는 점도 없진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