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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가/필름

[가족의 탄생] 삐그덕거리는 가족, 절름발이 사랑

가족의 탄생은 삐그덕거리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세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그리고 있다.  최근 들어 multiple narrative의 형태를 띠는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한 작품들에서의 관건은 개개의 인물들이나 각각의 에피소드를 어떻게 연결시키는 지에 있다.   이야기의 인과관계 보다는 공간이나 우연에 의해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경향이 많다 (예를 들면, Love Actually, Traffic, Magnolia 등등).  세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일종의 정반합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말해 정반합은 아니지만, 세번째 에피소드는 처음 두 에피소드에서 우리가 목격한 불완전한 가족들에 대한, 미약하나마 일말의 해결책을 제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이란 혈연의 집단이 아니라, 부족함을 감싸안아야 하는 사랑의 집단이라는 것을.  그러나 서사구조상으로 볼 때, 이렇게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에피소드의 연결은 영화 전반을 걸쳐 드러난 섬세함을 다소 상쇄시키는 것같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감독 김태용은 미라, 형철, 그리고 형철의 20살 연상 연인인 무신, 이 세 인물들간의 어색한 관계를 스타일을 통해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다.  흔들거리는 extreme close-up은 서로 어색한 세 인물들만큼이나 그들을 관찰하는 관객 또한 불안하게 만든다.  카메라는 점차적으로 인물에 다가서는 대신 급작스레 그들에게 들이댄다.  마치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말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그러나 미라와 무신은 관객앞에서 쉽사리 그들의 감정을 폭발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공효진(선경)이 열연하는 두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다.  선경은 사랑에 목을 매는 어머니(매자)와는 반대로 사랑에 매달리기 보다는 사랑을 일부러 떠나보내려 하고, 어머니처럼 문제를 회피하기 보다는 문제를 직면하려 한다.  그러나 선경의 그러한 반대급부적 행동은 그들간의 모녀 관계를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을 들어낼 뿐이다.  왜냐면 그녀의 그러한 행동은 결국 지워버리고 싶은 어머니에서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석은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채현에게 불만이다.  그의 말을 빌리지만 채현은 너무 '헤프다.'  경석은 그런 채현에게서 자신의 사랑에 대한 검증을 받고 싶다.  그러나 결국 경석은 채현을 통해서가 아니라, 채현의 불완전한 가족을 통해, 아니 자신의 불완전한 가족과의 유사성을 통해 채현에게 더욱 유대감을 느낀다. 


김태용감독은 디테일이 강한 감독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 복도에서 (윗 스틸) 경석과 채현의 논쟁은 센서로 작동하는 불빛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계속된다.  채현은 불이 다시 들어오게 하기 위해 한 손을 휙휙 내젓는다.  경석의 심각함에 상반되는 채현의 성격이 그대로 들어나는 장면이다.  혹은 선경이 합창 공연 도중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 (이 장면은 일본 Jubilee 스튜디오의 Only Yesterday를 연상시킨다)은 불행속에서도 간간히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끝까지 현실에 한발을 디디고 있다.  영화는 형철의 방문으로 매듭을 짓는데. 누군가 말했던가?  사람은 바뀔 수 없다고, 아니 바뀐다면 더 나쁜 방향으로 바뀔 뿐이라고 (Can people change?  Of course, only for the w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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